철제 의자에 앉아 문서를 띄우고 책장을 살핀다. 고요한 밤의 눈, 파란아이, 살인자의 기억법, 빛의 호위, 아무도 아닌,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날짜 없음, 백의 그림자,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국경의 도서관, 초콜릿 우체국.


책장은 세로로 여섯 줄, 가로로 네 줄, 열여섯 칸에 네 칸은 교과서와 문제집, 한 칸은 화장품, 한 칸은 가수 앨범과 영화 OST, 한 칸은 성경. 두 칸은 노트, 두 칸은 소설과 시와 에세이, 다섯 칸은 작법서와 만화책이 있다. 읽지 않는 책을 타의로 버리고 자의로 팔았지만 책장을 메우고도 들어가지 못한 책이 많다. 할 일이 없으면 책의 제목을 읽으며 심심한 시간을 보낸다. 예쁜 제목을 읽으면 예뻐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책을 모으는 까닭은 그런 기분이 오래 유지되게끔 그어나가는 게 아닐까.


하루를 굶은 뱃속이 의젓하게 탄수화물을 기다린다. 착하다, 착하지. 먹지 않아도 부르다. 음식을 차려 먹는 수고가 힘을 빼앗아갈 일이 없다. 울고 굶주리고 집중하고, 밤의 베란다의 구절이 미아가 된 나를 들어올린다.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나처럼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절망하고 질리도록 공포 속에 몸부림치길. 그럼 더는 힘들여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말하지 않아도 날 이해하게 될 테니.”


* 이제, 밤의 베란다


음식물을 위장에 쑤셔 넣었다. 초면에 수저를 들고 식사하는 사람은 비워진 그릇을 보고 놀란다. 먹는 속도가 빨랐던가, 정신을 차려보면 항상 체기에 시달렸다.


『(나/너)는 떠돌이였다. 미지의 뜰에 오두막을 짓고 사는, 네가 외면하는 너. 한 몸을 공유하면서 (나/너)를 비난하지 마라라.』


활.

활.


『(나/너)는 무뎌지랴. (내/네)가 무디어지랴.』

화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