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늘에 숨어있는 정대가 삭은 밧줄을 잡고 환을 멀뚱히 주시한다. 환의 몸집에 반을 뚝 떼면 정대를 빚을 수 있는, 그의 연약한 뼈대는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사랑하는 한편 불쌍하고 정대를 딱하게 쳐다보는 눈동자도 불쌍했다.

― 이러다간 매여선 오도 가도 못한 데야.

죽자고 달려간 오두막에 정대가 있었다. 과일 장사를 하는 아저씨가 어제 하신 말씀이 환의 머릿속을 잠깐 드나들었다. 놓아줄 수 있겠지, 병약한 그의 어머니가 엎드려 호소했다. 제 아들은 사랑하면 안 된다. 고꾸라진 무릎을 꿇어 고개를 쳐올린 정대 어머니를 본 환은 ‘예, 그럽죠.’ 약속을 하고 나와 버렸다. 무슨 정신머리로 대답하고 병실을 나왔는지 앞이 뿌옇다. 눈물이 안경알에 묻어 흰 점이 생겨나 번식한다. 안경닦이를 써서 문질렀지만 흰 점은 정대처럼 진득거렸다.

― 불쌍하다, 정대 녀석.

정대는 나무그늘이 있는 오두막집에 들어가 목젖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자고 있니. 환은 정대의 정수리에 이마를 대고 시야를 정교하게 쓸어내렸다.

― 미안하고 그렇다.
― 아니야.
― 깨어 있구나.
― 듣고 있었지.

환이 앉은 쪽으로 정대의 눈코입이 가까워졌다. 스치면 맞물릴 거리에 또랑또랑하고 밝은 정대의 새하얀 생김새가 보였다. 콧대를 타고 흘러내리는 안경을 정대가 올려 씌우고 장판에 붙은 목을 들어 올려 환의 입술에 본인의 입술을 수놓는다.

화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