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모호함에서 살았다. 감정의 호모요, 모호요 개중 잠수정이었냐 웃는 무인도 집배원이 11월 달에 소포가 왔다 일러주고 12월은 유리병 편지가 왔다고 푸른 우편함을 슬쩍 밀었다. 설은 눈 설. 성도 설. 진정한 이름 한 글자가 무인도의 지붕 없는 교회에 교주 설을 곁눈질 한다.


양떼는 양치기가 자릴 비운 헛간에 여럿 무뎌져있었다. 그녀를 따르는 신자는 이와 같다. 파멸이 이끄는 교회에 토끼몰이를 당했을 수도 있는 십자가에 별이 왔어요, 하고 못 박힐 것이다. 별님. 밤하늘 권력자는 설이었습니다. 증거는. 설입니다. 잡초가 150센티 아담하고 중독된 우주 설을 가린다. 풀잎은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가 새들은 어미 딱따구리에게 나무 드럼을 연주하는 계이름을 배워 설의 신체 중 유일무이한 흙을 휘감는다.


손톱 새에 부리가 끼고 치석이 걸러지고 무작정 파다보면 설이 감춘 목덜미가 고갯짓을 했다. 빠끔. 12시가 되면 흙이 닫힌다. 들어올 때 요정님이 준 뇌물을 설에게 바쳐라. 두 손을 다부지게 야무는 것 밖에 깨친 것이 없는 설은 세상에 자매여, 자매만 병적으로 말하고 저녁 만찬에도 껴주지 않을 거다. 설은 그런 여자지만 남자는 예외예요.


그가 택한 살은 설의 순백이었다. 잡티라곤 저세상에 묻어버린 야위고 여윈 곳. 저 같이 야위고 여윈 사람이 좋습니다, 저는요. 집배원조차 남자는 아니었다. 맹랑한 꼬마 숙녀, 남편을 보낸 늙은 노인, 정치에 신물 난 계급의 여성. 오는 길이 경사가 졌네요. 가시가 달린 식물도 무참하고요. 바다는 상어의 집결지에요. 모조 무인도. 외딴 진돗개가 식곤증에 걸릴 주인이 버린 작은 영지, 무인도의 영주 설. 수도에선 개혁이 일어나 참수를 당한 청년만 수천. 말거리를 날라주는 집배원에 누구는 매정을 설의 반지로 뜨개질해서 다음 집배원에게 맡겼다. 


꼭 맞는 반지를 끼고 나들이를 나간 11월엔 부엉이가 툭 떨어졌다. 몇 발자국만 거벼웠어도 설은 부엉이를 들이박을 위기에 처했을 거였다. 교통사고는 면했어요, 아가씨. 죄를 저지른 유다가 침범한 땅. 지칭 아가씨 설이 12번째 발밑 그 육지를 향하고도 입도 열지 못했다. 유다는 청초하다. 첫인상이 그러했다.


“전 유다입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유다는 여자였다.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여자.



설, 유다



01

예의바르고 없어 보이는 얇은 체중에 설이도 허리를 숙여 유다의 행색을 훑었다. 귀부인이 입고 다닐만한 가슴이 드러나는 상아빛 드레스. 화장기가 빠진 말쑥한 얼굴. 손톱에는 흙을 판 흔적과 떼가 묻어 있었다.


“유다라고….”

“아가씨는 여기에 살아요.”

“살고는 있어요. 이 무인도에.”

“집 있고 식사도 차려서 드세요?”

“혼자 살고 혼자 먹지요.”

“나 저녁 좀 대접해주세요. 사례는 넉넉히 하겠습니다.”


사람이 살 도리를 다하겠다는데 사례는 왜 받나요. 받지 않을게요. 쉬었다 가세요. 집배원은 빨간 팔찌를 차고 뭍으로 기어 나오는데 여자는 그런 생김새의 팔찌도 차고 있지 않았고 지저분하기만 했다. 집배원 외에 사람은 유다가 시초라 설은 신중하게 교회로 안내하고 바짝 마른 천을 안겨 욕실이 있는 왼쪽 복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씻으라고요?”

“갈아입을 옷은 나중에 줄게요. 씻고 직진해서 걸어오면 식당이 있으니 그곳으로 나오세요. 저녁 차려둘게요.”

“도와드릴 건 없나요?”

“없어요. 첫 손님은 당신이니까 도와주면 안 돼요.”

“첫 손님이라니요.”

“그런 것이 있어요. 씻고 나와요.”


식당으로 들어 가버린 설이는 맥이 탁 풀린 채 한숨을 흘리고 모래와 씨름한 걸로 보이는 신발을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어둔 달밤 아래서 볼 땐 입술이 두드러져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태어나 여성의 완전체를 종잇장이 아닌 실물로 보았고 심지어 아름다운 사람이었기에 가만히 넋을 놓았었다.


식품창고에 창고에 있는 스프 분말을 꺼내 2인을 스프를 넣어 끓어냈다. 들러붙지 않게 젓는 와중 ‘그녀는 왜 무인도에 왔나’에 관한 물음표가 질문의 숲으로 뛰어들어 앙증맞게도 노를 저었다. 그 물음표는 집배원이 해소시키는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해주었지만 집배원이 끊이지 않을 12월, 올해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었다. 작년 말 사들여온 서적은 두 번째 탐독을 마쳤고 유유자적 무인도는 산책만 이백서른아홉 번이 지났다. 자신이 퍼즐 한 조각이라면 퍼즐의 주인이 술수를 부린 것일까.


나태해질 타이밍에 예수님의 열두 제자 유다가 무인도를 살폈다. 유다는 죄를 져서 수배령이 내려진 여자인가 싶어도 배를 타고 온 사람이 없어 확인을 해올 여지가 없었다. 치즈처럼 쭉 길어지는 노란 스프를 접시에, 바게트는 바구니에, 육류는 집배원이 놓고 간 유리 접시에 세팅하고 사다리 등받이 의자에 앉아 식당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물이 미지근하고 뜨겁네요, 김이 모락모락 뜨는 정수리에 천을 돌돌 말아 얹고 신이 인간에게서 뜯은 날개 뼈를 팔랑이며 붉은 유다가 맞은편 사다리 등받이 의자에 앉아 갈아입을 옷을 돌이켜 묻지 않고 스푼을 스프에 빠트려 입에다 댔다. 골드를 수백 받아 음식까지 대접받고 호평을 얻어내려는 요리사 세계에 미식가는 유명하다고 삭제한 요리책에서 읽어 들인 바가 있었다. 유다는 미식가 같았다. 입에 묻히지 않고 떨어트리지 않고 잘도 씹어 넘긴다.


“혀에 맞아요?”

“먹을 만해요.”

“한 달 굶으면 이 스프 아주 맛있게 드실 거예요.”

“굶겨봤어요?”

“스스로 굶기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굶겨봤다고요.”

“예에. 그래요.”

“아.”


아, 그녀는 놀라지 않다는 안색을 취하고 테이블에 세팅한 음식을 싹 빈 그릇으로 내놨다. 첫 손님을 엄포해두었더니 정말 털끝 하나 만지지 않고 함께 쓸 위층 방을 소개하자 뒤도 안 돌아보고 올라갔다. 만 오십 집배원이 와서 만류를 해봐도 그녀가 도리어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진 일만 수일. 대량 스프를 끓인 큰 양푼을 뼈다귀만 남아 손가락에만 살이 있는 손아귀 악력에 의존하여 수세미에 치댔다.


검게 그을린 자국이 씻겨 나가고 저보다야 용량이 컸던 유다의 겨드랑이 밑 가슴을 흉내내보았다. 설거지를 마칠 때까지 슬픈 설의 가슴은 유다만큼 되지 않았다. 백 여벌이 걸린 옷장을 열어 그나마 맞는 가슴 사이즈 착오로 펑퍼짐해 입지도 않은 옷을 용케 찾아낸 유다가 풋 웃었다. 앞 머리칼을 쓸어 넘긴 고정도 하지 않은 숱 많은 머리카락이 음습한 뒷골목 남정네를 유혹하는 매춘부의 요량과 맞아보였거늘 몸을 파는 여인과는 색다른 자태가 났다.


“진흙탕이 유다의 집이에요?”

“아가씨 눈에는 내가 매춘부처럼 보였나보죠.”

“출신지를 알려준 것도 없는데 그래 보여요,”

“수배령이 내려진 범죄자로도 보였나요.”

“예에.”

“유다, 값이 나오지 않아요?”

“예수님을 판… 유다 말이요?”

“열두 제자, 막내 유다.”

“바보 같아요. 유다는 성경에 나오고 죽었어요.”

“자살.”

“자살이요.”

“자, 여기 유다가 환생 했습니다.”

“유다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모두 유다의 자손이거나 그의 환생은 아녜요.”

“논리를 들먹이나 봐요. 젊고 어리석은 아가씨야.”

“유다. 당신도 젊어요.”

“어리석습니다. 어리석었죠.”

“당신이요?”

“아가씨 하고 나요.”

“난 유다를 방금 처음 만났고 부엉이 천둥을 맞아 피를 흘릴 뻔했어요.”

“부엉이로 인간의 피는 식지 않습니다. 아가씨.”

“확 덮쳐지는 게 죽음이에요.”

“유다도 그래서 죽었네요.”

“목을 동여매었다는데요.”

“성경의 막내 유다가요?”

“열두 명 제자 유다가.”


고요해졌다. 아가씨, 아가씨. 부르는 환생 유다가 어찌하다가 성별이 여자가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생애 첫 거짓을 본 설이는 방긋 주눅이 들었다.


“뻥.”

“거짓말쟁이 유다에요.”

“찍어낼 뿐인 인쇄물이 좋아요?”

“좋아요.”

“거짓말.”

“아가씨가 그걸 알아?”

“예에. 알 수 있어요.”


냉동고 사각 얼음이 된 4년도 와인을 꺼낸 유다의 둥근 어깨를 뒤쫓다 뒷걸음을 지었다. 태운 생선 비늘, 탄 기름 탕을 물린 거무죽죽한 입술이 십자인대를 굽혀 간당간당 간격을 유지했다. 아가씨.


“예?”


목소리가 한 옥타브.


“착한 아가씨네요.”


거칠다. 목을 반절 주무르고 설은 말했다.


“나는 한 개도 안… 착해요.”

“내가 알 수 있어요.”

“뻥.”

“아닙니다.”


아가씨. 성도 이름도 그녀에겐 아가씨로 통한다.


“좀 떨어져주세요.”

“가깝습니까?”

“가까워요.”


코끝을 찡그린 상대방 살결이 설의 콧대에 가로 저어지고 눈꼬리가 무서워 감기기 전 떼어졌다. 어안이 벙벙하다. 유다와의 첫 스킨십이었다. 당신은 어디 백작 가문의 부인인데 불륜으로 이혼했나요. 여자 대 여자. 남자 아니고요. 집배원이 기어이 싫어한 여자들 관계의 사랑이요. 우정은 친구였고 사랑은 연인이고, 커플이고요. 낯가리는 네 살배기 걸음장이 아가처럼 설이의 뺨이 간질간질 어여쁜 홍옥 장미 잎이 됐다.


“저기!”

“응?”

“와인 얼은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또 아가씨. 질리지도 않는가. 묵직한 와인을 새참 먹으며 가을 곡식을 거두는 다수의 농부처럼 들어 올려 보이고 유다는 식당을 나간다. 천장 다락에 침대 혼자 있는 것은 아시죠? 설이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소리 내고 신이 허락한 그녀의 방으로 갔다. 첫 손님 유다. 테이블 식탁보를 터질 듯 쥐고 애 울음에 먹이려는 식도를 기도했다. 기뻐서? 아니 아니요. 설이는 한 개도 기쁘지 않아요. 실제로 저는 착하지 않았습니다. 기도해간다. 예수님. 저 유다는 제자가 아니었습니다. 실망하지 마시고 그녀는 손님, 데려가려거든 다음 집배원을 모셔 가십시오. 밤 비행을 성공리에 비행한 부엉이가 그렇게 운다. 애오. 애오. 애오.


“애오.”


집배원 망령의 회전하는 목. 깃을 세운 부엉이 갈기가 창문을 넘어서 설을 노려본다. 1층은 예배당 2층은 욕조가 딸린 화장실, 철판이 있는 중간 크기의 식당, 3층은 방이 달랑 하나가 있다. 침대는 가운데 철제 파티션을 기점으로 좌우 나눠 배치되어있고 벽면을 차지하는 옷장은 설이가 쓰는 왼쪽 침대 옆으로 돌아누우면 보였다.


“이거 아가씨 침대에요?”

“예.”

“난 저기 침대 사용할게요.”


흙먼지가 솜이불처럼 묻어있던 상아색 드레스가 실처럼 바닥에 꼬여있었다. 이젠 하얗게 보이는 실을 들고 유다는 조각난 파티션 무늬에 지그재그 묶는다. 손톱으로 일일이 뜯은 것 같았다. 천장 길이 밖에 안 되는 낮은 방 안에서 무도회장 왈츠를 추는 유다. 그녀의 집게에는 실이 뭉쳐있고 파티션은 흰 물결이 일었다.


“뭐하는 거예요?”

“그냥… 따분해서요.”

“서적 가져다줄까요?”

“안 읽어요.”

“따분하다고 드레스를 찢어요?”

“이 드레스는 버려질 거였습니다.”

“나 주지요.”

“갖고 싶었어요, 아가씨?”

“예쁜 옷이었잖아요.”

“옷은 죄가 없지만 입은 사람이 죄가 있어 스스로 배려주는 겁니다.”


코바늘로 뜬 장식도 실밥이 문드러져서 떨어져 나왔다. 촌스럽고 초라한 방이 허연 물안개가 되었다. 잔거품에 밀려온 부속품. 설은 옷감으로 짜인 제 가운데 손가락 허리를 만졌다. 젊은 아가씨에게 어울릴 반지를 내가 죽거든 보내줄게요. 일주일 금식하고 주삿바늘을 태연하게 맞아들이는 집배원의 안락이 설이의 반지가 되고 생전 남긴 유품의 모두였다.


죽은 집배원아. 유다는 제 공기에 섞여든 첫 만남을 미친 듯 날리고 있도다. 찌그러진 냄비 손잡이나 재미있어할 방이 이처럼 화사해진 건 누구의 인심이었니. 은백색 백조가 일분일초 물갈퀴를 스쳤다. 십자가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 마차랑 마부를 끌고 빵집을 훔쳤다. 빵을 모로 가져가지요. 마부는 반박했다. 빵집이 든든합니다. 공복이 심하잖아요. 마차는 말한다. 부피로 보아도 빵집이 커다랗고 우리는 빵을 굽는 주인장이 될 거여서 그랬습니다.


“빵집 도둑 이야기에서 마차 역을 당신이 맡으면 잘할 거에요.”

“어린애들은 안다는 빵집 동화요?”

“읽어는 봤어요?”

“경찰에 붙잡히진 않았지만 빵집은 차리지 못했다는 불운 동화죠.”

“불운이요.”

“이러나저러나 도둑들이잖습니까.”


아가씨. 두툼한 요에 앉은 설에게 다다라 유다가 물었다. 아가씨는 평생 섬에서 살 건가요? 모르겠어요. 나갈 생각은 없어요? 도시에요? 네, 마차와 마부가 있는 도시. 난 다음 집배원을 기다려야 해요. 기다리는 일은 지루할 텐데요. 괜찮아요. 안 오면? 난 죽겠지요. 죽을래요?


“죽지 않을래요.”

“내가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얘기해줄게요.”

“나를 데려가게요?”

“그랬다면요.”


휑한 설의 침구에 놓아진 램프가 설이의 옆면을 자그마하게 비춘다. 애오. 부엉이가 아직 교회 외부를 영혼마냥 떠돌고 있었다. 부엉이 한 마리 그리고 두 마리. 느티나무가 숨을 모는 숲속에 비둘기 한 쌍. 미니어처 안락사 섬은 설이 경험한 세상의 끝이었다. 풀어헤친 드레스 실이 꼬여 묶인 손톱 구덩이에 어떠한 간섭을 하지 않고 설의 침대를 빌려 앉아 그녀에게 푹신한 옛사랑 자수의 이불을 끝까지 올려서 덮어주었다.


“도시에는 요망해 보이는 물건이 많아요. 홍채가 멋들어진 대형짜리 여자아이 인형도 있죠. 남자애는 대형 종이 모형을 눈여겨보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조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얘들은 큰 것만 좋아해요?”

“대형이 아마 자랑하기도 좋고 장식용으로도 안성맞춤이라 만족을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빵집 동화도 아이에게 중점을 둔 글이니 이것도 빵집 동화로 생각해요, 아가씨.”

“또.”

“또 사치를 부리는 귀족을 볼 수 있어요. 벅적지근한 잡동사니 구역 말고 좀 더 우아한 풍경 뒤에요.”

“귀족은 사치를 부려요?”

“가리지 않고 사치를 부려대요. 콧수염을 기른 남성 귀족을 보면 아내가 둘은 기본입니다. 웃기죠?”

“아내들은 다투나요.”

“남편의 총애가 끝나면 그 가문에서의 생명력은 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슴도 봉긋하고 젊게 유지하기 위해 제 본질을 썩게 놔둔답니다.”


쇄골을 훑어 따라 내려가 젊은 유다의 중간을 보곤 설이 시선을 꼭 맞추었다. 당신도 가슴이 큰데요. 난 남편의 아내가 되어본 사례는 없어요. 그래도 가슴이 애플파이 같아요. 그만큼 달다고 칭찬하는 겁니까. 칭찬이 될 수 있는 말이에요?


“아니요.”

“무슨 말이에요.”

“아가씨는 말해줘도 몰라요.”

“얘 같아서요?”

“잘 알고 계시네요.”


부엉이가 그쳤다. 비가 좌르륵 고인 것도 아닌데 부엉, 하고 가지를 않았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설은 문득 자신이 시키지 않는 소릴 입술이 제 속의 자아인양 토했다.


“아가씨.”


무릎을 비스듬 틀어 귓불과 턱이 이어지는 구석을 잡아 설의 인중에 입의 선을 웅크렸다. 잘 자요. 그러면서 유다는 제 침대에 가지 않고 설이 누운 것, 눈을 감은 것을 보고도 도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앉아있었다.


“아가씨.”

“예.”

“도시에는 사고가 많습니다. 거래가 은밀하고 팔려가는 하인들도 더러 있죠. 해소용으로 다뤄지는 억울한 노예도 있어요.”

“…예.”

“아가씨.”

“왜요.”

“난 어머니가 있고 그녀가 좋아서 좋게 보이려고만 노력했어요. 잘하고는 있었는데 어디서 여자애를 데려와 며칠 같이 산다고 그랬습니다. 질투가 났고 여자애가 오면 잔뜩 괴롭히려고 계획을 짰어요.”

“예.”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울렸어요.”

“아니, 반했습니다. 첫눈에요. 그녀는 아가씨 같았어요.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서러운 여자애였습니다.”


아득해지는 설이를 깨우지 않았다. 예, 답하는 횟수가 점점 줄더니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유다는 아가씨, 부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파티션을 세로로 치우고 제 침대에 누워서 잠든 그녀를 놓지 않았다.


“여자애는 아가씬데.”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다시 서러운 아가씨. 속이 아가씨를 놓아주고 잠들라고 지시할 때까지 유다는 설이를 바라보고 잠이 들었다. 꿈에 어머니가 아가씨의 손을 잡고 시장을 나간다. 같이 가 쫓아가고 아가씨를 빼내 첫눈이란 단어를 써보았다. 첫눈. 아가씨는 첫눈은 그저께 봤다고 웃는 걸 유다는 삼켰다. 볼에 입술에 인중에. 첫눈에 반했어요. 홍조를 묽게 띄우고는 어머니에게 쪼르르 붙는 여자애를 뒤에서 찾으며 응, 하는 살구꽃이 피기를 기대했지만 아가씨는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딸려가고 찾을 수 없는 여자가 되었다.


“아가씨.”

가지 마세요.

“아가씨.”


반했다고만 했지 사랑한다고는 하지 못했습니다. 아가씨가 자명종 없이도 일어나는 습관이나 애플파이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떨고서 울고 유다야, 그렇게 부르는 여자애의 앙증맞은 입술. 1대 부엉이가 죽고 4대가 자손이 되어 섬의 주인을 만났다. 이 잊어버리는 무인도에서 혼자였을 아가씨. 아가씨는 마지막이 죽을 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락사는 평온을 쥐려는 사람들. 배를 타고와 죽는 여자들.


‘첫 손님은 당신이니까 도와주면 안 돼요.’


내 사랑하는 당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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