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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우울 일기

과거를 잊는 것으로 당신을 겸한 나 역시 평안을 얻는다면 당신이 지어다 준 사약을 마다하고 장판을 걷어내었을 게다. 과거를 잊음으로 얻게 되는 평안은 오로지 당신의 것, 당신의 소유. 나는 불안해. 과거를 잊지 못한 나와 내가 잊었다고 착각하는 당신.
당신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적어도 나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나쯤은 주었어야 했다. 당신이 바라는 요구는 사약을 마시고 몸부림치지 않는 것. 피를 쏟고 쓰러지지 않는 것. 내 안의 평강을 누리고 뱃놀이마저 즐긴 당신이 자기가 마실 독을 따른다.
독액이 흐른다. 잔을 건네받았다. 죽는다. 눈을 뜬다. 당신이 있다. 치사율 백 퍼센트의 독이 내 육신에 듣지 않게 제조된 약이었다. 당신은 살아돌아온 나에게 수식어를 단다. 정상. 정상이 되어야 하는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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