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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할 자격

살고 있는 수원 집에서 아버지가 나가란다. 식칼 내려놓고 그럼 죽여 달라 애원했더니 넷째 고모를 똑 닮았다, 칼 갖고 오는 거며 울면서 말하는 거며 똑같다고 딸자식 안 보고 지낼 자신 있다. 서로 안 보면 되니 어쩔 거냐. 네 말을 해보라신다.
무릎 꿇고 저는 예서 있을 수 없고 친엄마 댁에 내려갈 수 없으니 내일 죽을 게요. 제 집이랄 곳이 없거든요. 협박이 아니에요. 아빠 죽여주세요. 웃는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고 생일이면 가족이 가져다준 꽃다발을 안고 외식에 나가보고 싶었고 단지 너를 믿는다는 얘기가 듣고 싶었다. 돌아올 대답이 매해 아득해지더라도 걱정 없이 살고 싶었다. 언제 사는 집에서 쫓겨나갈까 불안에 떨지 않으며 살고 싶었다.
스물의 나는 팔목을 그었다. 부어오른 팔이 글자로 읽힌 까닭은 무엇일고. 하나 있는 외동딸. 삼 개월 이른 미숙 아이. 아빠의 표정을 마주보는데 낯선 남자가 앉아있었다. 저건 부모가 아냐. 괴물이다. 괴물이야. 얼른 저를 죽이시라 우는 딸애를 보고 웃는 당신은 아비가 아니다. 저게 본모습일 게다. 당신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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